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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편지지같지는 않은 무지에 그나마 줄 정렬은 맞추어 쓰여진 편지. 글씨는 매우 악필이지만 잘 뜯어보면 읽을 수는 있을 정도로, 적어도 주소를 적어 주었던 종이에 비해서는 굉장히 나아진 모습이다. 물론 공들여 읽어야 겨우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리오나 P. 트리스탄에게.
편지 받았어요, 리나. 다들 편지하겠다고는 했지만, 정말로 그 많은 아이들에게 전부 편지를 하는 위대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부엉이가 지쳐 보이는 걸 보면서 참, 리오나라면 무리가 아니지 싶었답니다.
똑같은 편지를 다섯 장이라니, 글 쓰는 게 느린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에요. 지금 여기까지 쓰는 데도 삼십 분이 넘게 걸렸거든요. 물론 작년이었다면 그 두 배는 걸렸을 테니 한참 발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사실 편지를 같이 사는 사람이 받아서 찢어질 위기에 처했었는데, 저한테 편지가 올 리가 없다면서 애인이라도 생겼냐고 의심하는 거 있죠. 일곱 살짜리 꼬맹이가 진지하게 '누나, 장거리 연애는 안 돼...' 하고 말하는데, 원 참, 오해도 이런 오해가 없지. 그래서 편지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질 뻔했지만 다행히 제가 방으로 들어오자 더 쫓아오지 않았답니다.
리나의 말대로 딱히 리나가 잘 보낼 것을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소식을 듣는 게 더 낫죠. 복싱이라니, 드디어 다이어트의 방향을 굶는 게 아닌 운동 쪽으로 틀기로 결심한 건가요? 아주 바람직한 변화긴 한데, 당신이 복싱이라니 뭔가 장난감 총에 실탄 옵션을 붙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물론 농담이지만.
제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물론 공부는 안 하고 있어요. 머글 세계의 공부라니 듣기만 해도 마법 세계의 공부만큼이나 끔찍하네요. 하루에 열여덟 시간씩 자는 생활을 최근에 청산했어요. 아픈 곳은 없고, 다친 곳도 없고, 따지자면 제가 괴롭힘당하는 것보다 괴롭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쪽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네요. 리나가 와서 다 조지다가 다치면 정말 답이 없어지기도 하고... 보았듯 슬리데린의 작별 인사가 '사고치지 말자' 였거든요. 그리핀도르에게도 똑같은 말을 전달할게요.
레온에게도 겸사겸사 안부 전해 주세요. 이만 줄일게요.
모리아리 론이.
추신: 키는 부모님에게 따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