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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

작상 2018. 7. 28. 22:39

* TMI






아버지는 오러였다. 호그와트에 오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를 수도 있었을 사실이다. 모리아티 론은 그의 얼굴을 본 적도, 그의 인격이 어땠는지도, 그의 마법 실력이 어땠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동시에 아버지는 감옥에 갇힌 범죄자였다. 입학하고 두 달이 지났을 때 두 살 위인 그리핀도르의 여학생 라리에트가 이유를 알려주었다. 아버지가 ‘그’를 따랐던 자들에게 뇌물을 받았다고 했다. 이해되지 않았다. 실은 ‘그’ 가 누구인지도 모리아티는 몰랐다. 다만 제 성정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려니 짐작했을 뿐이다. 소녀가 자란 곳은 무법지대였고 애초에 정의는 없는 것에 가까웠다. 라리에트가 지독히도 제게 시비를 걸어대는 이유 또한 모리아티는 이해하지 못했다. “범죄자 새끼.” 다시 목소리가 울린다. “네 얼굴만 보면 치가 떨려.” 아버지의 부재는 당연했으므로 그의 책이 제게 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녀는 거리낌 없이 그들을 비웃었다.


 

한편 어머니는 혁명가였다. 이 또한 호그와트에 오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를 수도 있었을 사실이다. 레이디 헬렌은 이 같은 소식을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소녀에게 전달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고 부모에게 일언의 관심도 없었던 모리아티는 그 모두를 흘려들었다.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기억에는 어머니가 멍청한 사람이었다고 냉소하던 헬렌의 목소리만 존재한다. 말대로 어머니는 자신의 신념에 가족과 목숨을 버렸고, 모리아티는 그와 그의 신념을 조롱하는 것은 피해자인 자신에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에 대한 소식을 하나같이 함구한다. 마치 그것은 공포와 무력감이 지배하던 거리를 떠올리게 했다. 모리아티 론을 비롯한 학생들은 분명히 보았다. 기괴한 눈을, 납작하게 눌린 코를, 인간의 얼굴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사악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입을, 음울한 목소리와 벌벌 떨리던 팔을, 기생충처럼 붙어 있는 주제에 자신을 마왕이라 칭하던 오만함을, 분명히 보았다! 그에 대한 일말의 지식―고작해야 그 날 오후 아시어스 무어가 그는 십 년 전 이유 없이 사라졌다는 말을 전해준 것이 전부였다―도 없었던 모리아티 론은 그 같잖은 행위에 코웃음쳤으나, 돌아와 차마 그 이름을 담지 못하는 교수와 학생들을 보며 비로소 그가 왜 그리도 오만했는지 이제는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몸도 가지지 못한 그가 ‘어둠의 마왕’ 이라 칭해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위압적인 권력을 깨우치는 천원적인 습성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차라리 자신이 마법 세계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았다. 적어도 그의 만행을 떠올리며 몸서리칠 이유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음의 공포는 순간이고 지리한 사념은 길게 이어진다. 불신과 무력함이 시선을 돌린 새 짙게 스미고 강렬한 기억은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는다. 지독히도 선악을 혼돈하고 어차피 의미는 없다. 약한 선과 강한 악, 소녀의 세계에서 저울이 후자에 기울지 않을 여지조차 없었으나 마지막 순간이 발목을 잡는다. 생존의 문제. 말했잖아요, 어른들은 믿을 게 안 된다고. 제 주위에서 겁에 질려 떠는 아이들은 물론 마법보다 은폐가 전공인 교수들은 더더욱 믿을 수 없는 존재였다.


 

위대한 덤블도어? 개소리도 작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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